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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한다면서 여가부 폐지?

- “네”라는 대답은 잘못됐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대 폭력(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등) 피해자의 원스톱 지원을 강화하고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에 대해 "법과 제도는 상당 부분 개선되었으나, 노동시장의 불공정성,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 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인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행보와 달리, 사회적 연대가 성폭력 피해자의 회복에 주요한 역할을 했음을 입증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지난달 15일 미국 공중보건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게재된 논문 '사회운동과 한국의 성폭력 생존 여성들의 정신건강, 2012~2019'는 2018년 한국 사회에 확산된 미투운동이 성폭력 피해자의 우울감을 큰 폭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미투운동이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문화를 바꾸고, 기업과 각종 공공기관이 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게 하는 등 사회적 연대와 지지로 작용해 성폭력 피해자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였다. 미투운동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문화, 성불평등 구조와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히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면서도 성평등 정책 주무 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여가부 장관의 대답은 잘못됐다.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학교에서 일상에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직장 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가해자 분리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의 실명이 노출되어 2차 피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포스코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관련자들을 형사입건 등 사법처리 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빵 기사 약 80%가 여성 노동자라는 파리바게뜨 노조는 '점심시간 1시간·정기 휴무일·모성권·연차휴가' 등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오늘도 투쟁 중이다. 군대 내 성폭력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공군부대에서는 1년 만에 또 다른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대학에서도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과제이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 장관에 임명됐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한 여가부 장관의 대답은 스스로가 여성폭력 문제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주는 직접 증거다.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여가부 폐지가 아닌 성평등 정책 전담 독립부처로서의 역할 강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 관련기사: https://vo.la/z94iZk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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