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img.png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협박, 더는 허용하지 말라

- 스토킹처벌법 시행에 부쳐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이로써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으로만 처리되었던 스토킹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경고 및 현장 체포, 접근 금지 등 기존 여성폭력 피해자에 할 수 있었던 보호 조치를 스토킹 피해자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가볍게 취급되었던 스토킹에 더 강력한 처벌 근거가 마련된 것이나, 여전히 우려점이 있다.

 

스토킹은 피해자의 전·현 배우자 및 애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며,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등 다른 폭력과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 살인미수 범죄 발생 전 스토킹이 나타난 비중은 30%로(KBS), 반복적 연락이나 감시에서부터 살인까지 심화·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피해자는 자신의 개인정보와 취약점을 잘 알고 있는 가해자의 보복 행위, 스토킹 이후 이어질 또 다른 폭력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범죄가 아닌 개인 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여 접수조차 하지 않거나, 스토킹에 동반되는 폭력의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제대로 된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관련 경찰 신고 접수는 4,432건이었으나 그중 약 8%(356건)만이 사법처리 된 것으로 드러나(경찰청), 극히 일부에만 공권력 개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극심한 스토킹,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경고’를 명목으로 가해자에게 접촉, 도리어 가해자를 ‘억울했겠다’고 다독이며 신고 사실을 알려주었고, 다음 날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전에도 존재했던 경고 조치가 시행 주체의 인식 미비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결국 제도 시행뿐 아니라 수사·사법기관의 인식 수준이 향상되어야 피해자의 인권 및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난 5일간, 관련 신고가 전국에서 총 451건, 하루 평균 90여 건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1월부터 10월 20일까지, 하루 평균 신고 접수가 24건이었던 데 비하면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그만큼 이 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국가는 ‘신고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라는 불신을 더는 방치하지 말라. ‘신고해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더는 가해자의 협박이나 피해자의 체념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처음 만나는 공권력인 수사·사법기관은 그 막중한 책임을 인지하고, 여성폭력에 대해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진 조직으로 다시 거듭나라. 스토킹처벌법이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는 제도로 작동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라.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1102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 (화요논평)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200일, 스토킹 처벌법 제정 2년 달라진 것은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0
184 (화요논평) 차별과 폭력 양산하는 정상가족주의 해체하라 – 생활동반자법 발의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18 0
183 (화요논평) 성차별로 얼룩진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 - 정당은 이제라도 부적격한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고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한 책무를 다하라 admin 2024.04.03 0
182 (화요논평)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각 정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05.19 1
181 ( 화요논평) 스토킹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 보호시설만 만들면 되나? 진해여성의전화 2022.12.29 1
180 (화요논평) 감호시설만으로 부족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1.04 1
179 (화요논평) JTBC는 조직문화 쇄신하고, 반복되는 성폭력을 멈춰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1
178 (화요논평) 우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습니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1 2
177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여성 기자회견문 진해여성의전화 2022.06.02 2
176 (화요논평) ‘엄마 행복 프로젝트’가 여성정책? - 지방자치단체,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7.01 2
175 (화요논평) 국가는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 스토킹처벌법 개정계획 발표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05 2
174 (화요논평) 여성폭력을 여성폭력이라 부르지 않겠다는 정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명백한 본질 호도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12.07 2
173 (화요논평) 성희롱과 임금차별이 ‘청년의 노동권 보호’로 해결 가능하다고? - 고용노동부의 중소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3.16 2
172 (화요논평) 성범죄 가해자에게 악용되는 국민참여재판, 이대로는 안 된다 - 작년 한 해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무죄율 53%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2
171 (화요논평)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5 3
170 (화요논평)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당장 중단하라 - 성평등 관점 없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불가능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4.07 3
169 (화요논평) "국가가 죽였다"-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admin 2022.09.21 3
168 (화요논평) "말” 뿐인 대책 말고 진정한 피해자 권리 보장 실현하라 -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28 3
167 (화요논평) 기존 통계의 나열로 그친 ‘첫’ 여성폭력통계 잘못된 정책생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1.11 3
166 (화요논평) 성폭력에 ‘성적 수치심’이 아니라 불쾌감을 느껴 무죄? admin 2023.05.30 3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