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논평 강제추행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한다

pms3433 2015.05.15 10:06 조회 수 : 770

성폭력에서 폭행과 협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제추행 무죄 판결한 대법원 규탄한다

  
속옷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고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라고 요구하여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 1(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1심은 징역 6, 집행유예 2, 성폭력 치료 80시간 수강)을 확정하였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의 요건을 최협의로 해석하여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 부위와 아닌 부위를 구분하고, 강제력의 요소를 물리적으로만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다.

십여 년 전인 2004, 대법원은 "추행은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꼈다면 추행"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삼았던 2004년의 판례를 오히려 역행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강제추행이 폭행,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하여도, ·가해자의 관계에 따라 폭행과 협박은 물리적 강제력만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폭행과 협박의 개념을 확장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점, 업무상 관계는 생계와 직결되어 관계자체가 위력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간과하여 결과적으로 성폭력의 개념을 축소시키고 피해자의 인권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 근절 대책은 물론, 성폭력을 척결해야할 4대악으로 보고, 성폭력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국가 정책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뿐 아니라 올해 1, 집에 방문한 여직원에게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1,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사건을 파기하고 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전 국민이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시대,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개념화하는 시대, 신고하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보호될 것이라 외우는시대에 대법원은 대체 성폭력을 무엇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탄할 노릇이다.

 

2015514

한국여성의전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 (화요논평)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200일, 스토킹 처벌법 제정 2년 달라진 것은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0
184 (화요논평) 차별과 폭력 양산하는 정상가족주의 해체하라 – 생활동반자법 발의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18 0
183 (화요논평) 성차별로 얼룩진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 - 정당은 이제라도 부적격한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고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한 책무를 다하라 admin 2024.04.03 0
182 (화요논평)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각 정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05.19 1
181 ( 화요논평) 스토킹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 보호시설만 만들면 되나? 진해여성의전화 2022.12.29 1
180 (화요논평) 감호시설만으로 부족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1.04 1
179 (화요논평) JTBC는 조직문화 쇄신하고, 반복되는 성폭력을 멈춰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1
178 (화요논평) 우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습니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1 2
177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여성 기자회견문 진해여성의전화 2022.06.02 2
176 (화요논평) ‘엄마 행복 프로젝트’가 여성정책? - 지방자치단체,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7.01 2
175 (화요논평) 국가는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 스토킹처벌법 개정계획 발표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05 2
174 (화요논평) 여성폭력을 여성폭력이라 부르지 않겠다는 정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명백한 본질 호도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12.07 2
173 (화요논평) 성희롱과 임금차별이 ‘청년의 노동권 보호’로 해결 가능하다고? - 고용노동부의 중소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3.16 2
172 (화요논평)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5 3
171 (화요논평)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당장 중단하라 - 성평등 관점 없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불가능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4.07 3
170 (화요논평) "국가가 죽였다"-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admin 2022.09.21 3
169 (화요논평) "말” 뿐인 대책 말고 진정한 피해자 권리 보장 실현하라 -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28 3
168 (화요논평) 기존 통계의 나열로 그친 ‘첫’ 여성폭력통계 잘못된 정책생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1.11 3
167 (화요논평) 성범죄 가해자에게 악용되는 국민참여재판, 이대로는 안 된다 - 작년 한 해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무죄율 53%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3
166 (화요논평) 성폭력에 ‘성적 수치심’이 아니라 불쾌감을 느껴 무죄? admin 2023.05.30 3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