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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

대법원 판결 규탄 및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한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대법원은 각성하고

사법부는 이제라도 피해자 인권회복을 위한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한다.

지난 11월 13일 대법원은 1심에서 12년, 2심에서 9년을 선고받은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진술보다 연인관계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편을 들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로써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성폭력피해에 대한 몰이해와 남성중심적인 사법부의 편향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본인의 아들이 입원했던 병원에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피해자에게 “연예인 할 생각이 없냐”며 접근, 수차례 성폭력을 가하여 임신하게 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동안 가해자는 피해자와 서로 사랑한 사이로 강간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5세인 중학생이 우연히 만난 당일부터 자발적으로 성적 접촉을 허용할 만큼 부모 또래의 남성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어렵고, 피해자 역시 가해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가해자는 10대의 피해자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악의적으로 접근하였고, 취약한 피해자를 위협하여 가해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성폭력 범죄로 인하여 임신까지 하게 된 상황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통제 하에 놓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해왔던 우리들은 미성년, 장애인 등 취약한 성폭력피해자가 범죄 피해 이후 가해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해왔다. 본 사건의 피해자도 성폭력에 의한 임신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협박과 회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적 지지나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피해자가 임신과 출산을 감당하기 어려웠음은 충분히 짐작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겪었을 이러한 피해상황과 심리적 고통에 대한 고려 없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낸 접견서신의 표면적인 문구만으로 성폭력피해를 ‘사랑’과 ‘연애’로 치부하고 말았다. 마치 대등한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인 것처럼 이 사건을 판단하여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번 대법원의 잘못된 판단은 향후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수사와 하급심 판결의 위축을 초래할 위험도 크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성폭력에 대한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이 피해자의 상황과 특수성을 헤아리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이 사건 언론 보도 이후, 많은 시민들은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있다.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는 것뿐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4. 12. 19.

공익인권법재단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사)한국여성단체연합, 너머서, (사)들꽃청소년세상, (사)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사)탁틴내일, (사)한국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복지상담협회, (사)한국여성의전화,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 장애여성공감, 천주교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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