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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의한 가정폭력 2차 피해, 더는 안 된다.

 

 

 

 법원이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려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하도록 했으나, 경찰이 이를 집행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원의 '접근금지명령'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간 피해자가 여전히 집에 머물고 있는 가해자를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청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법원에서 이렇게 종이만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일”, “(강제집행 등은) 법원이 해야 할 일”이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다시 남편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심지어 경찰은 "남편의 얘기에도 일리가 있으니 떼쓰지 말고 (가해자와) 얘기를 해봐라“, "양보하라"고 하는 등 피해자를 탓하고, 가해자의 편에 서는 태도를 보였다. 가정폭력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에 더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 또한,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죄도 가정폭력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경찰이, 법원이 결정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무시하고 피해자를 다시 폭력으로 내몬 것이다.

 

 경찰이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중한 범죄로 인식하기보다는 ‘집안일’이나 ‘경미한 사안’이라고 인식하여, 가해자 편에 서거나 화해를 시도하고, 출동한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비단 이번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2020년 상담통계 분석을 보면 가정폭력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에게 "남편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라"거나 "별것도 아닌 일로 그런다"면서 피해자를 탓하고, 여러 차례 신고한 피해자에게 신고를 못 받아주니 다른 경찰서에 신고하라며 “차라리 칼에 찔리세요, 증거가 남게”라고 막말을 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우리 집에 아무 일도 없다”는 가해자의 말을 믿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가거나, 피해자의 정신과적 병력을 들먹이며 피해자의 말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러한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져, 이후 신고를 망설이거나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의 미흡한 초동조치와 미온적 대처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해자를 다시 폭력으로 밀어 넣는 일이다. 경찰청이 국정감사를 통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6월 기준 가정폭력의 재범률은 11%이며, 경찰이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하는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은 전국 1만3천여 가구, 위험등급인 A등급 가정만 5천680가구다. 그러나 가정폭력으로 신고해도 가해자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48,660건 중 입건 처리된 건수는 41,720건, 단 16.7%만이 입건 처리되었다. 2011년부터 2018년 7월까지의 가정폭력 기소율은 7.1%. 사실상 형사처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경찰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범죄를 반복하게 만든다.

 

 그동안 가정폭력 사건에서 경찰의 2차 가해, 가정폭력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 가정폭력과 관련한 경찰 문제는 매우 심각했고, 그때마다 초동조치 강화, 가해자 제재, 피해자 안전과 인권 보호에 관한 규정 마련, 경찰관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대안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에 의한 2차 피해 사건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경찰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7월부터 지역별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가정폭력은 자치경찰의 중요한 전담 업무가 된다. 현장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은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재범 위험성 조사 및 가해자 처벌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성인지 관점 교육, 2차 가해 방지 교육 등이 필수로 진행되어야 하며, 경찰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문제 발생 시 징계 처분 절차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 사건으로 현장 출동 시 현행법이나 실무지침을 외우지 못했다는 변명으로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 가정폭력은 범죄이며, 피해자 인권보장과 가해자 처벌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 한국여성의전화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5월을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로 선포하고, 전국 25개 여성의전화와 함께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과 예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을 처벌할까?’를 주제로 ‘가해자 교정’과 ‘가정 유지’관점의 처벌법 목적조항을 ‘피해자 인권 보호’와 ‘가해자 처벌’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http://hotline.or.kr/may4women/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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