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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료인 자격 제한,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 국회는 하루빨리 의료법 개정하라!

 

​3월 18일,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와 간호사 10여 명의 성추행 피해 신고로 호흡기내과 A 교수를 진료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사실관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가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우려는 남아있다. 의료인은 성범죄로 중징계를 받더라도 별다른 문제 없이 의료 현장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산부인과 B 인턴이 수술로 마취 상태인 환자를 강제 추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병원은 B 인턴에게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행위가 ‘치료 목적’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던 B 인턴은 이내 다른 병원에 취직하여 의료행위를 이어갔음이 밝혀진 바 있다.

 

의료인에 의한 성폭력은 환자의 내밀한 신체 노출과 접촉이 잦은 업무의 특성,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취약한 상태에 있는 진료 상황 등을 악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의료인의 우월적 지위,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의학적 지식 등은 환자가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한다. 위와 같이 의료 업무의 특성이 성폭력 범죄에 악용된 경우, 성범죄 의료인의 자격 제한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조치다. A 교수와 같이 다른 의료인에게 성범죄를 가하는 경우 또한, 진료 과정 중 불가피한 신체 접촉을 빌미로 하거나, 의료 지시 및 교육 등을 받는 상대 의료인이 처하는 낮은 지위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여 성범죄 가해자가 다시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치는 불가하며, 실효성 없는 자격정지 정도만이 가능할 뿐이다.

 

2021년 2월 발의된 의료법 일부법률개정안에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2년여간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어 왔다. 올해 2월에 들어서야 겨우 보건복지위원회가 본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 요청하는 것을 의결하였을 뿐이다.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중앙윤리위원회를 강화하여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서 면허취소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 대상과 징계 결과를 비공개 처리하고 있어,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규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의료인이 업무 특성이나 지위 등을 이용해 저지르는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조치가 포함된 의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과 대한의사협회는 자신의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저지른 A 교수를 강력하게 징계하여 피해자 보호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고,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는 하루빨리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업무적 특성을 악용한 성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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