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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기간에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처벌은 징역 8개월? 

 - 처벌을 원하지 않는 법,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 모두 문제다

 

 

 지난 10월 5일, 결혼 후 아내를 상습 폭행하여 특수상해·상해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퇴직 해경이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육체‧정신적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2년 실형의 이유를 밝혔다. 10월 보도된 또 다른 가정폭력 사건에서는 아내를 폭행한 가해자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놀라운 점은 해당 가해자가 이전에도 아내를 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집행유예 기간에 발생한 폭력이었다는 사실이다.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상식과 달리, 법정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부과되는 처벌이 ‘충분하지 않은’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가해자에 공감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생각을 잘 알기라도 하듯, 2019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는 가정폭력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가 2.3%밖에 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가정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사실은 여성폭력 범죄통계로 부족하나마 드러난다. 이번 국정감사에 제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가정폭력 신고 총 221,824건 중 입건된 비율은 약 20%(44,459건)에 불과하다. 52%(116,921건)는 후속 수사 등 조치 없이 현장에서 종결되었다.

 

 경찰 수사단계를 거쳐 검찰에 송치되어도 10명 중 9명은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 국정감사에 제출된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검찰에 송치된 49,755명 중 기소된 인원은 10%(4,998명)에 그쳤으며 48.1%(23,966명)는 불기소, 34.7%(17,311명)는 가정 보호사건으로 송치되었다. 이 과정에서 구속된 가해자는 0.5%(270명)에 그쳤다.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를 포함하여 갖가지 이유로 가해자의 기소를 유예한 비율도 7.6%(3,828명)를 차지했다. 겨우 기소가 되었다 해도 재판을 통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은 1심에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하여 유기징역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2020년 한 해 동안 단 29명(집행유예 15명 포함)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가정폭력은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거의 처벌되지 않는다.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양형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죄질에 비교해 한참 부족하다. 가정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논란이 될 때마다 가벼운 처벌, 가해자 중심의 사건처리 과정 등 가정폭력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문제가 지적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가정에서 벌어진 일은 사회가 개입할 수 없다’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가정폭력이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다. 이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가해자를 ‘보호처분’하고 폭력이 발생한 가정은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동종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가 발생하였음에도 8개월에 그치는 형량은 피해자의 신고 의지를 꺾기에 너무나 충분하다. 언제까지 국가는 가정폭력을 방조할 것인가.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을 포함하여 상담·교육으로 폭력을 해결하려는 안일한 관점의 법·제도를 바꾸는 것이 가정폭력 근절의 시작이다.

 

2021년 10월 19일 

한국여성의전화

 

* 관련 기사 :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1100113348057729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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