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001.png

 

 

무죄가 선고됐다고 징계 사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공동체 내 성폭력, 공동체의 역할을 다하라

 

 

지난 5,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체가 해야 할 역할과 노력의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건은 검찰에서 성추행 무혐의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학교에 징계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징계 사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규정과 절차에 따른 징계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그간의 수많은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에서 형사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동체가 사건 조사든 조치든 차일피일 미루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2018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병원은 성폭행 사실을 인지한 지 약 8개월 동안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가해자의 계약만료 하루 전 감급 3개월의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당시 늦어진 조치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를 기다렸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지난해 4, 서울시청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언론 보도 후에야 가해자의 직무배제가 이루어져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이 일었으며, 서울시는 본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고 사건 발생 후 10개월이 다 된 시점에서야 징계 조치를 내렸다.

 

 

내부 성폭력 사건에 임하는 공동체의 이러한 태도는 피해자의 말을 불신하고, 피해자임을 의심하는 편견의 고백일 뿐이다. 공동체 내 조치가 늦어질수록 피해자는 두려움과 불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가해자를 마주해야 하고, 공동체 내 분란을 일으킨다는 적대적 반응, 피해자를 탓하고 의심하는 시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일상회복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공동체의 역할을 다시 되짚어야 한다. 성평등한 관점의 내부규정을 마련하고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절차에 따른 신속한 사건처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건의 조사, 징계, 결정, 조직 내 환류 등을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고 이 과정에 피해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성차별적, 폭력적 조직문화를 성찰하며,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공동체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있어 공동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 관련기사: https://url.kr/gwyc52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화요일 화요논평’ 2021041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 (화요논평) ‘엑시트’ 해야 할 것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차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적절한 인사 즉각 중단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9.21 3
164 ( 화요논평) 성범죄, 성차별 논란투성이인 정당의 예비 후보자들 - 각 정당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제대로 된 후보자 선출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4.01.31 3
163 (화요논평) 여성폭력은 '구조적 성차별'로 인해 발생한다 - 여성인권의 관점으로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성평등 정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admin 2022.03.31 4
162 (화요논평) 지방선거가 남았다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유권자를 닮아있어야 한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5.31 4
161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창원특례시 시장 후보 대상 정책 질의 답변 관련 기자회견문 진해여성의전화 2022.06.02 4
160 (화요논평)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처분, 겨우 과태료 500만 원? -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08.18 4
159 경남 여성가족재단 기능개편 관련 성평등 정책 제안 기자회견 file 진해여성의전화 2022.09.06 4
158 (화요논평)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1년간 보고된 건만 922건, 여성가족부는 '발전적 해체'?-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닌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11.02 4
157 (화요논평) 스토킹 가해자 처벌 않고, 피해자 지원 예산 축소하여 스토킹 근절하겠다? 국가는 구색맞추기식 스토킹 근절 정책 방향을 전면 개정하라!- 스토킹처벌법 시행 2년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11.10 4
156 (화요논평) 2024년, 우리는 여성 인권의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다 - ‘여성’ 빠진 대통령 신년사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4.01.31 4
155 (화요논평) 대법원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몰이해를 규탄한다! - 사법부는 대법관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성평등한 판결을 위해 노력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4.01.31 4
154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회복되기를 열망하며 핵무기 사용 위협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진해성폭력상담소 2022.03.03 5
153 국회는 4월에 차별금지법 반드시 제정하라!!! 진해성폭력상담소 2022.04.21 5
152 (화요논평) 가정폭력 가해자인 지방자치단체장 용납할 수 없다! - 각 당과 정치권은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05.19 5
151 (화요논평) '아무도 모르는' 여성가족부 업무 추진 - 여성폭력 실태조사의 비밀스러운 발표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09.01 5
150 (화요논평) 벌써 두 명의 여성이 죽었다 -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진해여성의전화 2023.01.11 5
149 (화요논평) ‘폭행·협박’ 없다고 무죄 선고받은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라니 - ‘비동의 강간죄’ 도입, 더는 미룰 수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3.16 5
148 [강간죄 개정을 위한 릴레이 리포트 2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동의도, 거부도 표하기 어려울 때 진해여성의전화 2023.07.06 5
147 [강간죄 개정을 위한 릴레이 리포트 6탄] 이주여성 대상 성폭력, 그 수단은 폭행·협박이 아니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7.06 5
146 (화요논평) “페미라서 맞아야 한다”? -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정부 정부는 여성폭력 관련 인식 개선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전면 폐기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11.10 5
SCROLL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