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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피해여성을 혼수상태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유일한 보호자'라서?

- 가정폭력 가해자 구속영장 기각으로 피해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규탄한다!

제공일 : 2016.07.21 ㅣ 제공자 : 한국여성의전화

문의 :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 ㅣ 전화:  02-3156-5415 ㅣ 팩스 : 02-2256-2190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주택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피해여성은 남편으로부터 잔혹하고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려온 아내폭력의 피해자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여성이 “이가 좋지 않은데 오징어를 먹는다”, “상추를 봉지채로 상에 놓았다”라는 등을 빌미로 피해여성을 폭행했다. 3월에는 가해자의 폭행으로 피해여성의 두개골이 골절되었고, 9시간 동안 방치된 끝에야 병원에 옮겨져 수일간 혼수상태에 있었을 정도로 폭력의 정도는 매우 심각했다.    

이에 경찰은 올 3월과 5월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가해자가 피해여성의 유일한 보호자이며, 피해여성이 가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이달 11일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18일 또 다시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여성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구속영장 심사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대체 무엇을 참작하는가. 가해자는 이미 전 부인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고, 올해 가정폭력으로 연이어 형사 입건된 자였다. 그런 가해자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유일한 보호자’라는 이유로, 가해자가 (뇌병변 장애가 있던) 피해여성을 돌보겠다고 했단 이유로, 피해여성의 의사를 이유로,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로 폭행을 휘두른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법원의 처사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첫째, 범죄를 저지른 범죄현장으로 가해자를 돌려보냄으로서 증거인멸을 용이하게 했으며, 둘째, 극심한 폭행으로 여성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가해자를 ‘유일한 보호자’로 왜곡하여, 피해자를 재범의 위험이 매우 큰 범죄의 현장으로 피해자를 몰아넣었다. 이 잘못된 처사는 결국, 그 ‘유일한 보호자’로부터 피해여성이 살해되는 데 일조했다.  


법원은 여전히 가정폭력이 두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는가. 피해자 보호보다 가정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가정폭력이라면 피해자 보호도 가해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사건으로 법원은 현 정부의 4대악 근절정책,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 등이 허울뿐임을, 그리고 정부는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7년간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만 최소 657명(분노의 게이지, 한국여성의전화)이다. 또 한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1.79% 밖에 되지 않는 가정폭력사범 구속율(법무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 2015년), 피해자의 인권 보장보다 가정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가정폭력방지(!) 법체계, 성차별과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서 기인하는 아내폭력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 국가의 무지와 방관의 결과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전국 25개 지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법원과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의 아내폭력의 본질을 똑똑히 인지하고, 가해자를 명확히 처벌하여 여성의 생명권을 보장하라.

2. 건전한 가정의 육성 및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을 가정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정하라!

3. 형사처벌에 대한 의사결정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피해자 의사존중’ 조항 삭제하라!

4.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우선주의 도입하라!

5.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구속영장기각의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재발 방지하라!

2016. 7. 21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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