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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을 여성폭력이라 부르지 않겠다는 정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명백한 본질 호도다.

 

지난 12월 1일은 한국 정부가 정한 여성폭력 추방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오후, 여성가족부는 2023년에서 2027년까지 적용될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하였다. 공개된 기본계획에서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존재하고, 폭력으로부터 안전 및 건강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면서도 '여성폭력' 용어는 삭제하고 '폭력'으로 일괄 변경하였다.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성평등 정책의 근간이 된다. “좀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정책을 담았다”는 여성가족부의 변명은 새 정부가 성평등 정책에 얼마나 무지하고, 여성들의 안전과 생명에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폭력 문제는 여성의 안전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이 살면서 한 번 이상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강력범죄 중 여성 피해율이 86%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다양하고 포괄적인 양성평등을 위해 기본계획 내에 ‘여성폭력’을 삭제하는 것이 여성가족부가 말하는 평등인 것인가. 여성폭력 피해의 실제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지우는 의도는 무엇인가.

 

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여성폭력’ 용어는 수십 년간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법적 용어이자 정책용어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여성폭력’에서 ‘여성’의 이름을 지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청회’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형식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 여성가족부 관련 사이트 어디에서도 이번 기본계획 공청회의 자료 확인은 할 수가 없다. 공청회 당일 배포된 자료집에는 모든 토론 자료가 빠져있고, 생중계되었던 공청회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무엇을 그리 꼼꼼히도 감추고 싶은 것인가.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이름을 지우는 행태를 즉각 멈추어라. 여성의 이름을 지운다고 성차별이라는 문제의 본질까지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현 여성가족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관련기사: https://bit.ly/3PciKKT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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