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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격하하여 이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5일, 보건복지부의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돼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으며 직위해제 되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최근 보건복지부 차관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었다. 앞으로 여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부 부처가 될 수도 있는 보건복지부의 고위공직자가 여성폭력 가해자로 밝혀져 심히 우려스럽다.

 

이것은 비단 보건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위공직자는 성평등 조직문화를 만들어 여성폭력 방지에 힘써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고위공직자에 의한 여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LA총영사관에 파견된 부총영사급 직책의 공무원이 강제 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7월에는 해양경찰청 간부가 초등학생을 유인해 유사강간하여 직위 해제되었으며,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은 1년 4개월간 여성 비서를 성추행해 직위 해제되었다. 8월에는 환경부 소속 간부급 공무원이 여직원 집에 침입하여 불법촬영을 시도해 파면되었고, 전남도청 현직 간부급 공무원이 강제 추행으로 직위해제 되었다. 또한, 지난 9월 여수시청 간부 공무원이 상습 성추행으로 해임되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다 나열하지 못할 정도이며, 인사혁신처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성폭력으로 징계받은 공무원은 1,106명에 달했다.

 

2020년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며 고위직 대상 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이후 2022년 10월 5일, 여성가족부는 공공기관의 폭력예방교육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교육 실시율이 99.8%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62.7%가 개인별 온라인 교육 수강, 14.6%가 비디오 시청 등의 시청각 교육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단 4시간의 일방향적 교육 시청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를 성과라고 발표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 또한 매우 문제적이다.

 

한편으로 국가기관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성폭력방지법의 조항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의무적으로 여성가족부에 통보해야 한다. 의무 조항이 생긴 2021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여성가족부에 통보된 건은 무려 922건이다. 피해자가 반대했거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등 여성가족부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도 있어 실제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는 공공기관에 중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거나 대책 점검이 필요한 경우 현장 점검을 할 수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올해 신고된 446건 중 단 10건에만 현장 점검이 시행되었다. 이런 와중에 10월 27일, 여성가족부는 사건 통보 및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하지 않는 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과태료라는 실효성 없는 제재 방안이 전부라니, 점검 주체인 여성가족부가 얼마나 무지한지에 더해 관련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권한도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보이는 대목이다.

 

끊임없는 고위공직자에 의한 여성폭력, 턱없이 부족한 예방교육, 현재의 인력으로도 부족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 점검 및 후속 처리는 국가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의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관장하는 여성가족부의 폐지 및 권한 약화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르짖는 ‘발전적 해체’라는 것은 이러한 여성폭력이 발생하지 않고, 발생했을 때 엄중한 대처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나 가능하다.

 

정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격하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역할과 권한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눈감지 마라. ‘권한 약화’를 ‘사실상 강화’, ‘폐지’를 ‘발전적 해체’라고 호도하는 것을 멈춰라. 여성폭력의 원인은 성차별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강화하라!

 

* 관련기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1025500114&wlog_tag3=nave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49472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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