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늘 우리는 인권과 존엄이 무너지는 한국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국회가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2007년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차별금지법은 반인권세력에 의해 수차례 논의와 제정이 무산되길 반복했고, 국회에서는 단 한 번도 평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의 부재는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존엄의 권리가 훼손되고 후퇴해온 궤적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2년 봄, 지금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확산되어온 차별과 혐오 선동의 정치, 이를 방관하는 정치가 인간의 존엄과 한 사회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매 순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소수자를 향한 비방은 점차 확산되어 사회전반에 혐오의 정서를 퍼뜨렸고, 이제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지방대생과 청소년 등 가릴 것 없이 혐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성평등 가치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선 공약으로 등장하고, 장애인의 권리투쟁이 비장애인 시민의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선동되며,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의 후퇴가 기업경영의 자율과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되고 있다.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뿐만 아니라 이에 편승하거나 방치하는 정치 모두 인권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치권이 평등의 가치를 외면하거나 타협하는 동안, 대다수의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가 특정한 소수자 집단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 누구도 차별과 혐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시대 인식은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간 존엄의 선언과 민주주의의 실천을 다시금 절박하게 요구한다.

촛불 이후, 비가시화 된 수많은 시민들이 권리를 요구하며 모여 말하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누구도 평등의 권리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때 새로운 민주주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외쳐왔다.

하지만 시민들과 인권시민사회의 15년이 넘는 노력과 투쟁, 국제인권기구들의 반복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평등’이 표류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민동의청원 10만명 동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핑계로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고, 민주주의를 침식시키고 있다. 평등의 원칙,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회는 즉각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야한다. 시민들을 차별과 혐오에 방치해두는 정치를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끝내야 한다.

지난 4월 11일, 모든 사람이 고르게 존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또 다시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미류와 이종걸 두 명의 인권활동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곡기를 끊은지 보름이 지난 4월의 끝에서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청회 계획이 통과되었다. 시민들이 함께 싸워온 힘으로 15년만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는 거대양당의 정쟁으로 종료되었다.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5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대선 패배 이후 5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을 약속한 국민의힘은 이제 이 사회에 인권과 존엄이 뿌리내리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

우리는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평등의 봄을 쟁취할 것을 선언한다. 차별과 혐오가 잠식해가는 우리 일상에 평등은 곧 밥이다. 오늘 이후 우리는 국회가 하루빨리 차별과 혐오를 끊어내기를 촉구하며 국회 앞 동조단식을 전개한다.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한 10만의 시민들과 서로를 돌보며 살기 원하는 시민들, 다른 세상을 향해 가는 시민들과 함께 동조단식으로 평등의 행렬을 이을 것이다. 제정이 미뤄진 시간만큼 평등을 향한 바람은 커져왔다. 평등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결의로 2022년, 평등의 봄을 쟁취하자!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사회 원로 및 각계 인사

비상시국선언 참가자 813명 일동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 (화요논평) 신당역 '여성 살해' 사건 200일, 스토킹 처벌법 제정 2년 달라진 것은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0
184 (화요논평) 차별과 폭력 양산하는 정상가족주의 해체하라 – 생활동반자법 발의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18 0
183 (화요논평) 성차별로 얼룩진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 - 정당은 이제라도 부적격한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고 성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한 책무를 다하라 admin 2024.04.03 0
182 (화요논평)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각 정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2.05.19 1
181 ( 화요논평) 스토킹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 보호시설만 만들면 되나? 진해여성의전화 2022.12.29 1
180 (화요논평) 감호시설만으로 부족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가해자 처벌 강화하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1.04 1
179 (화요논평) JTBC는 조직문화 쇄신하고, 반복되는 성폭력을 멈춰라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1
178 (화요논평) 우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습니다 -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1 2
177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여성 기자회견문 진해여성의전화 2022.06.02 2
176 (화요논평) ‘엄마 행복 프로젝트’가 여성정책? - 지방자치단체, 제대로 된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7.01 2
175 (화요논평) 국가는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 - 스토킹처벌법 개정계획 발표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05 2
174 (화요논평) 여성폭력을 여성폭력이라 부르지 않겠다는 정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명백한 본질 호도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12.07 2
173 (화요논평) 성희롱과 임금차별이 ‘청년의 노동권 보호’로 해결 가능하다고? - 고용노동부의 중소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3.16 2
172 (화요논평) 성범죄 가해자에게 악용되는 국민참여재판, 이대로는 안 된다 - 작년 한 해 성범죄 국민참여재판, 무죄율 53%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3.05.09 2
171 (화요논평)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3.25 3
170 (화요논평)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당장 중단하라 - 성평등 관점 없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불가능하다. 진해여성의전화 2022.04.07 3
169 (화요논평) "국가가 죽였다"-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admin 2022.09.21 3
168 (화요논평) "말” 뿐인 대책 말고 진정한 피해자 권리 보장 실현하라 -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에 부쳐 진해여성의전화 2022.10.28 3
167 (화요논평) 기존 통계의 나열로 그친 ‘첫’ 여성폭력통계 잘못된 정책생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해여성의전화 2023.01.11 3
166 (화요논평) 성폭력에 ‘성적 수치심’이 아니라 불쾌감을 느껴 무죄? admin 2023.05.30 3
SCROLL TOP